도통 영문을 알 수 없는 그녀의 말에 눈썹을 찌푸리면서 돌아보았다. 늘씬한 키에 숏컷이 잘 어울리는 그녀는, 미녀라기보다는 미남이라는 말이 좀 더 어울리는 상큼보이계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 나쁘게도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는 장신구에는 사족을 못쓰는 영락없는 소녀 그 자체인 것이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귀여워....반짝거리고 있어... 내 인생과 같이...!!" "알겠으니까 진정하고 일단 그 양손 가득 쥐고 있는 헤어핀부터 내려놔 주세요. 아까 전부터 알바생이 무지막지하게 수상쩍다는 눈으로 이 쪽을 바라보고 있거든요?" "알바? 여자야 남자야?" "...? 여자분이시긴 한데요..." "그럼 그건 그냥 나한테 반해서 쳐다보는 것 뿐이니까 걱정마." "저 가끔 선배의 그 밑도끝도 없는 자신감이 엄청 기분 드러워요."
절로 내려가는 내 목소리의 온도에도 아랑곳없이 그녀는 진지하게 하얀 큐빅이 잔뜩 박힌 똑딱핀과 푸른색의 큼지막한 유리알 가짜 보석이 박혀있는 집게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어쩌지... 둘 다 포기할 수 없어... 어느 것이든 최고야..." "...선배 진짜 그런 것 좋아하네요." "반짝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여자아이로서의 운명이야!" "글쎄요." "반짝거리는 것을 보면 갖고 싶다는 욕망이 막 샘솟지 않아? 눈 앞에 두고 있노라면 초조하고 불안하고 동공이 흔들리고 호흡이 가빠지는 느낌이......" "병 아닌가요, 그건." "...정말이지 넌 여자아이 실격이라니까."
선배는 하얀 큐빅의 핀을 나의 머리에 살짝 올려보면서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하나 사 줄까?" "아뇨 역시 됐어요. 머리 만지는 손재주도 없고요." "네가 외모만큼만 귀여운 성격이었으면 좋았을텐데..."
통한의 목소리를 쥐어짜는 선배에게 '죄송하게 됐네요'라는 영혼 없는 사과를 건넨다. 그녀는 아직도 포기하지 못한 듯 다른 손에 있는 핀을 조심스레 나의 머리카락에 얹는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따라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의 감촉이 어쩐지 간지럽다. 쿡쿡 새어나온 웃음에 그녀는 흘끗 이 쪽으로 의아한 시선을 던진다. 눈이 마주치고, 다시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