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너와 함께라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행복하다'라는 건─ 분명 지금의 이 감정을 일컬음이리라.
나들이, 봄
by. 칡즙
"......?"
비월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서연을 올려다보았다. 아담한 정원이 바로 보이는 툇마루에 앉아 쬐는 나른한 오후의 햇살에 저도 모르게 홀린 탓일까. 깜빡 놓칠 뻔한 제자의 말이 어쩐지 생소하니 마음에 잘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비월은 눈을 들어 제 앞에 서 있는, 이제는 훌쩍 커버린 옛 제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스승님...?"
영 반응이 없는 비월을 향해 다시 한 번 성숙한 여인의 목소리가 고즈넉한 사절의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의 소리처럼 청량하게 퍼져나온다. 시리도록 맑은 그 목소리의 주인의 얼굴에는 표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리하여 결국 얼굴에 남아 있는 것은 오싹할 만치의 아름다움 뿐이다.
"......"
비월은 멍하니 그 얼굴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긴다. 역시 자신이 생각한대로였다. 어른이 되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서연은 그녀가 이때껏 본 누구보다도 가장 아름다웠다. 이런 감상은 조금 팔불출일까. 나도 참 어쩔 수 없구나. 비월은 후후─ 가볍게 미소를 흘렸다.
"...스승님?"
서연은 다시 조심스럽게 비월을 불러보았다. 감정의 조각 하나 배어나지 않는 철의 얼굴이지만, 허리를 살짝 굽히면서 이 쪽을 가만히 바라보는 태도에서 걱정스러움이 순간 엿보인다. 그런 부분이 여전히 귀엽다. 다른 사람이 이 감상을 들으면 놀라서 까무러치겠지만.
"어딘가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으신지요."
"그럴리가 있겠니."
비월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나지막히 대답했다. 졸졸졸, 시내가 흐르는 소리가 그녀의 말에 옳다는 듯 화답했다. 여러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지금의 비월은 무엇 하나 힘들만한 점이 없었다. 큰 대로변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곳에 마련된 암자에 묵으면서, 하는 일이라고는 암자 안의 작은 인공 정원을 바라보며 다시금 찾아온 지상에서의 봄을 즐기는 정도 뿐이다. 서연은 신공을 잃은 비월에게 가급적 밖으로 나가지 말아달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당부하였다. 참 걱정도 많은 아이다. 내공을 잃었다 한들 한때는 천하사절. 어지간한 무림인 한 둘 정도는 상대하기 어려울 것 없건만─ 서연은 비월을 마치 바람에 스쳐도 금이 갈 정도로 연약한 유리세공품처럼 여기며 불안해하였다. 물론 그녀가 그렇게 안달하는 심정을 조금도 겉으로 내보인 적 없지만, 어렸을때부터 서연을 보며 그녀의 감정표현에 익숙해진 비월에게는 어쩐지 알 수가 있었다. 어찌되었든 비월 역시 딱히 밖을 활보하고 싶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은 서연이 원하는 대로 칩거하고 있는 암자에서 보내게 되었다. 지상에 이렇게 발을 딛고 서는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 지금의 비월은 홀로 조용히 그 감각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암자는 제법 넓고, 주변은 그녀가 좋아할만한 경치를 갖고 있었다. 일어나면 주지스님이 마련해주는 식사를 하고 암자 내를 거닐었다. 암자는 제법 규모가 있고 내부의 경관을 잘 꾸며놓아, 천천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방으로 돌아와 책을 읽기도 하고, 서연에게는 몰래 가볍게 무공을 수련하기도 했다.
"날씨가 좋아 자꾸만 주변에 홀리는구나."
비월은 서연에게 할 수 있는 한 천명제와 관련되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일을 수습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서연은 스승의 말을 따라 어쩔 수 없이 밖을 돌아다니는 일이 잦았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서연은 아마 하루 내내 비월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으리라. 서연은 사나흘에 한 번쯤 비월에게로 돌아왔고, 그때마다 둘은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담담하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서로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냈다. 만나서 하는 일이라고는 오직 대화 뿐이었지만, 비월은 지상으로 내려와 자신이 보내는 시간 중 그 시간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서연 역시 찾아올 때에는 늘상 그렇듯 얼음처럼 차갑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다시 떠날 때에는 주변의 공기를 누그러트리고 종종 입가에 얇은 미소마저 띄우기도 했다. 한번은 비월이 자고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물었지만, 서연은 보기 드물게 난감한 기색을 보이면서 한사코 거절했다. 아직은 많이 바쁜 모양이지. 아쉽지만 기다림 또한 즐거움이다. 비월은 굳이 서연을 붙잡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며칠만에 돌아온 서연이 그녀에게 이런 제안을 했던 것이다.
"장터에 나가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장터는 커녕 암자 밖을 나가는 것조차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처음에는 방을 나와 툇마루에 앉아 있는 것도 마뜩찮아하는 것 같았다- 제자가 자신에게 건네는 평소답지 않은 제안에 비월은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되물었다.
"장터? 네가 그런 소리를 하다니 드문 일이구나."
"옷을 좀 사야할 것 같아서..."
계절이 바뀌고 봄이 왔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니 새로운 옷을 맞추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어려우신가요?"
"어려울 게 뭐 있느냐."
"그럼, 채비를 하시지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서연의 말을 들으며 비월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람이 많은 곳은 여전히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라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오래간만이라 그런지 풍경들이 어쩐지 새롭구나."
비월은 새삼스러운 듯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었다. 서연은 그 옆에서 속도를 맞추며 묵묵히 따르면서 방향을 안내했다. 해는 천천히 저물어갈 즈음이라 주변은 한산한 편이었다. 비월은 감회에 젖어 산책하듯이 느긋하고 여유롭게 장터길을 거닐었다.
"그러고보면 너와 이렇게 장터 구경을 하는 것도 오래간만이다."
"그건..."
서연은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 이내 입을 다물었다. 비월은 고개를 돌려 말을 멈춘 서연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싸늘하니 단단히 얼어붙은 얼굴. 하지만 눈에는 복잡한 심경이 이내 내비친다. 그렇구나. 비월은 서연이 생각하는 바를 깨닫고 덩달아 쓰게 웃었다. 장터를 구경하는 것이 오래간만이라고 하기보다는, 서연과 이렇게 함께하는 것 자체가 오래간만인 것이다. 비월은 이러한 재회가 서연에게 있어서는 마치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혹여 이 꿈에서 깨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도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다시금 자신의 앞에 나타난 비월을 본 서연이 제 모든 것을 버리고 그녀를 어미를 다시 찾은 어린아이가 울며 매달리듯 따르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종종 이렇게 나오는 것도 나쁘진 않겠구나."
"...스승님께서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직은 세간이 위험하니 조심하시는 것이..."
비월의 말에 서연은 영 내키지 않는 듯 길게 사족을 붙이면서 말끝을 흐렸다. 비월은 그런 서연의 보고 후─하고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놀란 눈을 한 서연의 팔을 쓰다듬으며-본래는 머리를 쓸어주려 했지만 도무지 팔이 닿지 않으니까- 말했다.
"그리 걱정되면 오늘처럼 함께 나오면 되지 않느냐."
"네? 아...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내키실때는 저에게 말해주세요. 서연은 어린아이에게 다짐을 받아내듯 차근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어쩐지 그 모양이 즐거워 비월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삼키며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옷집들이 쭉 늘어서 있는 가운데, 서연은 이미 정해둔 곳이 있는지 망설임 없이 비월을 안내했다. 제법 규모가 큰 이 장터 중에서도 가장 평판이 좋은 곳이라 했다. 비월과 서연이 들어서자, 가게 주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나으리."
"준비는 되었는가?"
"물론이죠. 거기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서연의 말에 주인은 연신 굽신거리면서 시동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무슨 준비를 말하는 걸까? 비월이 의아한 듯 그 뒤를 바라보고 있자, 서연은 주변을 슥 둘러보면서 대답했다.
"옷감부터 하나하나 고르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미리 치수를 일러두고 몇 벌을 준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구나."
"준비된 옷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것으로 몇 벌 가져가면 되겠지요."
"...?"
그럼 남은 옷들은 어떻게 하지? 비월이 물을 새도 없이 시동들이 옷을 한아름씩 들고 두 사람의 앞으로 다가왔다. 주인은 그 옷들을 보기 좋게 늘어놓으면서 장사치다운 싹싹함이 넘치는 태도로 웃으며 둘에게 돌아섰다.
"최근 가장 잘나가는 옷감으로만 모아봤습니다. 디자인도 이만하면 손색이 없지요. 어떠십니까?"
"...나쁘지 않군."
"색상은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주인의 질문에 서연은 비월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에 비월도 그녀를 마주 바라보았다. 곧바로 마주쳐오는 그 시선에 서연은 잠시 당황한 듯 옆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내 다시 성실하게 시선을 맞춰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흰색이 좋지 않겠습니까?"
늘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서연이었기에 비월으로서 그녀의 선택은 조금 의외의 것이었지만, 좋은 선택이 아닌가 하며 곧 고개를 끄덕였다. 새하얗고 부드러운 옷감이 서연의 희고 깨끗한 피부에 잘 어울릴 것이다. 비월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연은 흰색의 옷감으로 된 중 가장 잘 만들어진 것 같은 옷을 한 벌 집어들었다. 비월 역시 그것이 가장 곱다고 생각했기에 만족한 얼굴로 웃어보였다..
"그래. 그게 좋겠구나."
"그렇습니까."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비월은 그렇게 말하며 서연에게로 다가가 그녀가 들고 있는 옷을 받아들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비월은 그렇게 묻는 서연의 앞에 그 옷을 살며시 들어보이면서 역시나ㅡ하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네가 입기엔 조금 작지 않겠니."
"...네?"
"응?"
"...?"
"....??"
서연은 비월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한동안 얼띤 얼굴로 그녀와 옷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소리없이 헤메다가 그제서야 깨달은 듯 곤란한 얼굴로 작게 헛기침을 했다.
"아...저기..."
"응?"
"그... 오늘 보자고 한 옷은... 스승님의 옷입니다."
"...응?"
이번에는 비월이 당황하여 눈을 깜박이며 방금 들은 제자의 말을 한참을 곱씹는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이 무엇을 착각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서연이 한참 자랄 시절에는 그녀의 함께 장터를 나와 옷을 고르곤 했던 기억 때문이다. 서연이 옷을 보러 가자고 하는 말에 당연스레 그녀의 옷을 보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네 옷을 보러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옷이라면 제 스스로 고르러 오지 않겠습니까..."
"어렸을 적에는 늘 네 옷은 함께 맞추러 나왔으니까."
"그건─ 그렇군요... 제가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아니다. 내가 미처 그럴거라고 생각을 못한 탓이지."
"아닙니다."
"그래......"
"네......"
"..."
"..."
그럼, 이것으로 괜찮으신가요? 어째 영 어색한 분위기를 알아차렸는지 주인이 솜씨좋게 끼어들며 물어왔다.
"아, 그럼... 그것도 포함해서 저것과, 저것도 같이 하지"
비월이 말릴 새도 없이 주문을 마쳐버린 서연의 말에 주인은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댁으로 보내드리도록 할까요?"
"아니다. 가지고 돌아가겠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옷이긴 하지만 제법 무거울텐데..."
"괜찮다."
주인의 만류에도 서연은 망설임없이 말을 잘랐다. 혹여라도 하는 생각에 제 스승이 있는 위치를 알리기 싫은 탓일 것이다. 서연은 시동이 들고 가기 좋게 잘 갈무리하여 건네는 옷짐을 받아들었다. 가실까요. 서연의 말에 비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
"..."
가게를 나와서도 비월은 어쩐지 발이 떨어지지 않아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서연은 그런 그녀를 의아한 듯 바라보면서도 역시 가만히 옆에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어쩐지─"
그렇게 아무말 없이 서 있다가, 비월이 문득 입을 연다.
"네가 어렸을 때가 생각이 나서 말이다."
"..."
"금세 자라버리는 네 옷을 새로 맞추기 위해 함께 장터로 나오지 않았느냐."
"...네."
"그래서 그런지 옷을 보러간다는 소리에 당연히 네 옷을 사러 간다고 생각해버렸다."
"네."
"후후, 늘상 그래왔으니까 말이다."
어쩐지 그리운 마음에 비월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하지만...그렇군."
"...??"
"이젠 너도 어른이니, 네 옷 정도는 스스로 고르겠지..."
서연이 가게 안에서 했던 말을 떠올리며 비월은 자신에게 말하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기 스스로 듣기에도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라 생각하며 비월은 조용히 웃었다. 속세에 정을 붙이지 않고 오롯이 대의만을 생각하던 천하사절의 일원이 어쩌다 이런 미련투성이의 평범한 여인이 되어버렸을까. 다 커버린 제자의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어쩐지 한편으로는 쓸쓸하다. 지금에야 다시 만난 기쁨에 제 곁에 이렇게 붙어 있는 것이겠지만, 언제까지고 제 옆에 붙어있으란 법도 없다. 서연에게도 제 삶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언젠가 헤어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왠지 비월은 당장은 그리 생각하기가 싫었다. 아마도 지금의 행복에 취한 탓이다. 제 곁에 이렇게 머무르면서 행여 나쁜 생각 하는 일 없이 지금처럼 착한 아이로 지내주면 좋을텐데. 이래서 나이가 들면 마음이 약해진다고 하는 것이겠지.
"그럼, 슬슬 돌아갈까."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내딛는 비월의 소매를, 서연은 가볍게 잡아끌었다.
"?"
"아..."
서연은 스스로도 놀란 듯 자신이 잡아당긴 비월의 소맷자락을 둥근 눈을 하고 쳐다보았다. 비월을 잡아세운 그 행동은 무의식중에 나온 모양이다. 서연이 좀처럼 그녀의 소매에서 자신의 손이 떨어지지 않음에 초조해하며 고개를 들면, 거기에는 또 자신을 상냥하게 바라보며 아무말 없이 기다려주고 있는 스승이 있다. 그래서 서연은 저도 모르게, 그에 이끌려, 다급하게 말을 토해냈다.
"저,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이번에는 제 옷을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
어쩐지 힘이 가득 실려 커져버린 서연의 목소리에 비월은 깜짝 놀라 휘둥그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연도 그런 제 목소리에 또 다시 스스로 놀라 보기 드물게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있어, 둘은 한동안 그렇게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 그럼. 그럴까."
먼저 운을 뗀 것은 비월이었다. 어쩐지 가슴 한 켠이 벅차오르는 탓에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지만, 제자 앞에서 경망스러워보일것 같아 간신히 삼켜낸다.
"아, 네. 네. 그럼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비월의 말에 서연도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이제는 날이 어두워져 아무도 없는 한적한 장터길을─ 오로지 두 사람만이 나란히 걷는다.
"서연아."
"네?"
"내 생각엔 흰색이 좋을 것 같다."
".........선처해 보겠습니다..."
[나들이, 봄, 그리고 그림자]
"그래, 전 태사와 검선 사이에 또 접선이 있었다고. 수상한 기류를 없었는가."
채근하는 목소리에 유란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에에... 뭐, 그것 참 수상스럽기 그지없어서."
"뭣이!"
"까딱 잘못했다간 둘이 야반도주 하게 생겼던데요."
"...뭣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