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가 흔들리는 소리에 비월은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매우 조심스럽고, 또 처연한 움직임이였다. 비월은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온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덜컹. 덜컹.
미약하게 흔들리는 문가. 아마도 바람이 부는 모양이었다. 시선을 거두던 비월의 고개가 다시 들렸다.
“......아.”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바람에 조금씩 흔들린 탓일까. 살짝 벌어진 문틈 사이로 금빛이 흘러들어왔다. 비월은 망연히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것이 오전 한 낮의 햇빛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나 알아차렸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비월은 마치 홀리기라도 한 듯, 시선을 떼지 못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같은 방 안이라도 좀 더 위의 공기는 아래에 묵직하게 깔린 공기와는 사뭇 달랐다. 비월은 그것이 익숙치 않은 듯, 느릿하게 숨을 가다듬었다. 몽롱하게 흐려져 있던 머리가 차츰 깨어나기 시작했다.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무서울 정도의 적막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인기척은 없었다. 비월은 마침내 결심한 듯 걸음을 떼었다. 문까지의 거리는 고작해서 열 걸음 안팎. 그러나 그 길이 마치 천계에 오르는 길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
문고리에 손을 얹은 비월은 그 차가운 감촉에 놀라 손을 떼었다. 다시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문고리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알고 있다. 이 문이 열릴 리가 없다. 손을 당기고 나면 다시 아득한 어둠이 찾아오겠지.
끼익.
“?!"
그런 비월의 생각과는 달리 문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시원스럽게 열렸다. 문에 막혀 들어오지 못하던 햇빛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놀라서 문 뒤로 몸을 감추고는, 한참 뒤에야 다시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
얼마만에 보는 밖의 풍경인지. 비월은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다.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돌아갈 수가 있었다. 내리쬐는 햇빛. 사시사철 맑은 공기와 세상의 내음. 삶이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
눈을 감고 그대로 멈추어버린 비월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밖은 위험하니 안으로 드시지요, 스승님.”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검은 목소리가 비월의 몸을 옥죄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찾아오는 안온함에 비월은 미소 지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