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 502 보고 떠올린 소재입니다.
의료관련 전문가가 아니니까 오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너그럽게 봐주시길...uㅅu...
Desflurane
칡즙
콰당탕!
거칠게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이닥친 쇼는 곧바로 침대 쪽으로 직행했다. 선반 위에 두 손 가득 들고 있는 가방들을 던지듯 올려놓은 뒤, 빠른 손놀림으로 차례차례 찬장을 열면서 물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쇼. 밤 중에 그렇게 소란 피우면... 아래 층에 실례야."
"코트 벗고, 웃옷도 벗고, 아니 움직이지 마. 얌전히 앉아있어."
"후후... 성급한 자기도 너무 귀엽다."
"동작그만에 주둥아리도 포함이야."
신이 난 듯 조잘조잘 따라붙는 루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힘없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을 쇼는 물론 루트 본인도 깨달았기에, 루트는 곧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쇼는 익숙하고 빠른 동작으로 침대 위에 일회용 시트를 깔고, 근처의 테이블을 끌고와 들고온 가방을 열어 안의 내용물─ 수술도구를 펼쳐놓았다.
"좋아. 복부 총상이고, 냅두면 죽을테니까 수술할거고, 별 거 아니니까 걱정할 건 없어."
쇼는 차분하지만 빠른 어조로 중얼거리면서, 루트의 외투를 뺏어가듯이 벗겨 던저두고 수술대로 세팅한 침대로 루트를 질질 끌고 왔다. 어지간해서는 깐죽거리면서 쇼를 자극할 루트도 과연 이번만은 힘에 부치는지 얌전히 그녀가 이끄는대로 끌려왔다. 그러나 곧 쇼가 열어젖히는 다른 커다란 상자를 보면서 눈을 찌푸렸다.
"뭐야, 그건?"
"Desflurane. 전신 마취 할거야."
"다른 마취 방법은?"
"뭐?"
루트의 질문에 쇼는 온 힘을 다해 인상을 찌푸리면서 되물었다. 감히 의사의 결정사항에 토를 달아? 그 의미를 알면서도 루트는 포기하지 않고, 쇼의 눈치를 보며 그녀의 기분을 해치지 않도록 어르듯이 말을 이었다.
"해롤드와 존은 지금 다른 일로 바빠. 혹시 머신에게 메시지가 온다면─"
"그러니까 넌 지금 나더러 국소나 부분마취를 해서, 네 정신이 멀끔히 깨어있는 채로 날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종알종알 떠드는 걸 견디면서 수술을 하라는 거야? 무슨 신종 고문이야?"
"으음. 자기가 나한테 완전 빠져있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날 의식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걸."
"길가다 미친 년을 마주치면 그야 누구라도 경계하니까."
"으음~ 전신마취는 위험하다구? 잘못해서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그러게. 잘못해서 죽지 않게 지금 그냥 찔러 죽여버릴까."
"쇼."
갑자기 한톤 낮아진 루트의 목소리에 쇼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딱딱하게 굳어있는 표정을 보며 쇼는 눈썹을 조금 찌푸렸다. 최근들어 그녀는 무언가에 대해 약간 초조해하는 것 같았다. 평소같은 미친 싸이코가 아니라, 뭐랄까─ 좀 풀 죽은 싸이코 같달까. 뭐, 그 놈의 전자여친이랑 뭔가 트러블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쇼는 입을 꾹 다문 채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루트를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었다. 쇼는 짧게 호흡을 끊어 쉰 후, 결연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루트. 그거 알아?"
"...응?"
"넌─ 기절해 있을 때가 제일 섹시해."
묵직하고 긴 침묵이 맴돌았다.
"............................."
그리고 루트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수술 시작하시죠, 선생님."
루트는 빠른 손놀림으로 쇼의 손에서 호흡기를 낚아채며 침대 위에 바로 누웠다. 어이없어 할 시간도 없군. 쇼는 그녀의 자세를 고쳐주면서 다시 호흡기를 빼앗았다.
"마스크 입에 대주면, 두 어번 들이켜서─"
"깨울 때는 키스로 부탁해도 될까?"
"이대로 째버리기 전에 빨리 들이마셔, 화상아."
◇
"움직이지 말고 얌전히 누워있어."
조금씩 개어오는 정신에 무심코 몸을 뒤틀던 루트는 유난히 청명하게 꽂히는 딱딱한 목소리에 그대로 동작을 멈추었다. 대신 몇 번 눈을 깜박여 뿌연 시야를 닦아내고, 부지런히 눈을 굴려 익숙한 모습을 찾는다.
"헤이, 오랫만이네. 자기."
"동작그만에 입도 포함이야."
배고프고 지쳤어. 너랑 농담따먹기 안할거야. 쇼는 퉁명스럽게 루트의 말을 막고, 멀찍이 있는 테이블에 앉은 채로 샌드위치를 씹어먹는 일에 다시 열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루트는 눈을 가늘게 휘며 웃었다.
"고마워, 상냥하네."
"고마운 줄 알면 총 좀 그만 맞고 다니지. 거 좀 잘 못피하나?"
"아니, 수술 말고."
"...?"
의아한 듯 한쪽 눈을 찡그리는 쇼를 향해 루트는 빙글빙글 웃음을 흘려내며 대답했다.
"부탁한대로 키스로 깨워줬네."
"안 했거든."
"그래? 여기 감촉이 아직 남아있는데."
루트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자신의 왼쪽 입가를 톡톡 두드렸다. 그 모습에 쇼는 코웃음을 쳤다.
"전신마취가 무슨 의미인지는 알아? 뭐가 닿든말든 넌 아무 감각도 못느낄 거고, 애초에 거긴 아무것도 안 닿았어."
"아, 역시?"
쇼의 빠르고 냉정한 대답에 루트는 시원하게 긍정하고는, 다시 질문했다.
"그럼 여기 말고 어디에 했는데?"
"......"
"으음?"
"..........."
"으으으음?"
"......................"
"후후. 상냥하네, 사민."
마취가 풀리면서 쿡쿡 쑤셔오기 시작한 아픔에 파들거리면서도 신이 나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한 루트를 외면하면서 쇼는 세차게 이를 악물었다.
"그냥 마취없이 째버릴 걸 그랬군."
* 이 아래로 POI S5E10까지 네타있습니다. 주의해서 긁어주세요.
10화보고 너무 심란해서... 원고도 손에 안잡히고....인생무상이고....
계속 시무룩해있기도 너무 진빠져서 마음 가라앉히려고 예전에 생각해둔 소재글이나 완성해야지 하고 붙잡았는데,
농담으로 죽네마네 얘기가 계속 나와서 셀프고문당한 기분입니다.... 왜 그랬어. 왜 그러셨어요...
흑... 아... 하루 전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아니면 훅 1년 후로 뛰어넘었으면... 내 마음 속 스크래치 어쩔거야 제작진어린이들이어...
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휴가내고 싶다....바다로 떠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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